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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소설 <내가 되는 꿈>

by 알쓸지모 2023.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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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 지은이: 최진영
  • 출판: 현대문학
  • 발행:2021.02.25.

2006년 등단 이후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최진영 작가님은 지금까지 여덟 권의 장편소설과 두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며 섬세한 감수성과 거침없는 서사, 빛나는 문장으로 한국 문단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실을 경험한 여성, 학대 가정에서 자라난 소녀, 비정규직 청년 등 시대적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길 주저하지 않던 그는 신작 장편 『내가 되는 꿈』을 통해 내면에 묻어두고 외면했던 자신의 상처의 근원들과 조우하는 이야기를 선보이는데요.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목도하고 경험한 후회로 점철된 ‘어른’들의 삶을 되짚어보며, 그저 어른이 아닌,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펼쳐놓는 내용입니다.

 

 

 

 

 

내가 되는 꿈, 줄거리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외가에서 성장한 주인공 태희는 자신을 키워주던 외할머니가 노환으로 죽음을 맞게 되자 외가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의 생일조차 기억해주지 못하던 엄마, 연락도 없던 아빠, 모욕감의 뜻을 알려준 초등학교 친구 순지, 폭언과 성추행을 일삼던 담임, 그리고 자기 방에 얹혀산다며 분풀이를 하던 이모와의 다툼까지…….


그리고 자신 앞으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를 기억해 낸다. 잘못된 주소였으나 수신인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어린 태희의 손에 쥐어졌던 편지였다. 홀로 남겨진 듯한 슬픔에 방황하던 태희는, 잘못 배달된 편지 쓴 이가 그랬던 것처럼 진실을 감춘 채 멀어져 가는 모든 관계를 원망하는 편지를 쓰고 그것을 우체통에 넣어버린다. 그리고 그 편지는 놀랍게도 성인이 된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하게 된다.
유년을 지나 어른이 되기까지 삶 속에 새겨진 상처를 외면한 채 살아가다 또다시 어긋나는 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펼쳐보지 않으면 화해할 수 없는 과거의 나를 비롯한 모든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태희의 내면을 섬세한 통찰력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책 속에서

 

P. 56~57

이사를 결정하면서 엄마는 직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부산으로 발령 났고 엄마는 경기도에 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우리는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고. 엄마를 따라가든 아빠를 따라가든 나는 적극적인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이므로 할머니와 이모와 삼촌이 있는, 나를 보살펴 어른이 그나마 많은 외갓집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좋을 거라고. 엄마의 중에 거짓말은 없다. 하지만 진실도 없다. 나는 어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을 알고 있다.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마음 말이다.

 

P. 156~157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그런 거 없어.

화나면 화난다고 얘기하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얘기하고.

엄마는 그래?

응?

엄마는 할머니한테 다 말해?

그렇진 않지.

그럼 엄마는 나한테 다 말해?

엄마는 어른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엄마가 미안해서 그러지.

그럼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미안해.

알았어.

이것 봐.

뭐가.

미안하다고 말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잖아.

그건,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이 달라져야지.

 

 

 

 

 

P. 71

어릴 때 나는 그런 어른들을 알았어요. 참을성도 배려도 없이 화부터 내는 어른들 말입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끔찍합니다. 중요한 건...... 큰 고통이 아니라는 거예요. 거의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나는 미루고만 있어요. 알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한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란 사실을. (...) 이 권태와 환멸, 손쓸 수 없다는 우울과 허무, 계속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대체 어디에서 흘러오는 겁니까.  

 

P. 70

그런 시절을 지나 이제 나는 편지를 어떻게 시작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P. 181
하지만 글자 그대로 ‘추운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춥게 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추운 사람. 따뜻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추운 상태로 존재하는 사람. 그래서 바라보는 사람을 춥게만드는 사람. 나의 문제집에 자기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쓰고 그것을 지우는 

엄마는 무척 추워보였다. 나도 나를 형편없다고 생각할 때가 아주많지만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수는 없다. 

그런데 엄마는 했다. 해 놓고 후회하듯 지웠다. 엄마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훨씬 서투르고 나약한 사람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기꺼이 엄마의 핑계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핑계를 대고  지내면 좋겠다고

 

 

 

최진영 작가 소개

1981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서울에서 태어났다. 낮엔 일하고 밤엔 글 쓰다가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팽이, 겨울 방학,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팽이>, <겨울방학>≫, 등을 썼다. 앤솔러지 장래 희망은 함박눈을 함께 썼다.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되었으며,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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